사업에 대한 열정이 규모ㆍ자금력을 눌렀다.
지방의 한 벤처기업이 최근 대기업 현대자동차를 누르고 정부가 주관하는 핵심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따내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하 산기평)에 따르면 경남 울산 소재 장애인 복지기기 제조업체 모터웰은 지난 5월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정부의 복지자동차 개발 신규 지원 업체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4월 정부가 추진한 QoLT(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 기술개발 사업 중 `복지자동차` 개발 분야에 응모했다.
`복지자동차`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개조된 자동차로, 시장 규모가 작아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를 꺼려왔다.
반면 2005년 창업한 모터웰은 다른 동종 업체와 달리 독자 기술개발에 역점을 뒀으며 시트, 휠체어 크레인 등 자체 개발한 부품을 기아ㆍ현대자동차에 납품해왔다.
이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정부 지원을 받는 데 성공해 6월부터 연구개발하고 있다.
심사를 주관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측은 "사업 준비가 현대자동차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인지도와 규모 면에서는 현대차와 비교가 안 되지만 한 우물을 파온 근성을 심사위원들이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김동우 모터웰 사장은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사실 경쟁 상대가 아닌 우리의 중요한 고객"이라며 "다만 오랫동안 쌓아온 전문 기술개발 노하우가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애인에게 좀 더 편안한 운전환경을 만들고 싶다며 사업을 시작했지만 갈등과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김 사장은 "복지차는 자동차를 일부 개조하는 특수 분야"라며 "현재 국내에 관련 전문 업체는 3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자체 기술개발보다는 주로 외국 부품을 수입해 납품하는 데 주력했던 업계 분위기 속에서 모터웰은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R&D 투자에 적극 나섰다.
당시 선정 결과는 학계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국내 QoLT 분야 선구자 격인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현대자동차가 떨어져서 상당히 의외였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 교수는 QoLT 기술을 통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과학기술의 `따뜻한` 배려가 조속히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업을 주관하는 지식경제부와 산기평도 장애인 편의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기평 관계자는 "국내 복지차 기술은 실사용자 측면이 아닌 단순 차량 개조기술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업을 통해 장애인 운전자가 보다 편리하게 차량에 타거나 내릴 수 있도록 운전석 시트를 바꾸고 주행ㆍ주차 편의도 늘리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QoLT 사업이 끝나는 4년 후에는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복지차를 전국에서 만날 수 있게 하는 게 정부 목표다.
김 사장은 "앞으로 개발 제품은 국내를 비롯해 외국에도 적극적으로 수출할 계획"이라며 "23억원인 연 매출액도 100억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출처 : 매일경제 & mk.co.kr [차윤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