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5일, 국내 많은 언론이 이 사람을 주목했다. 그는 전신마비 장애인인 이상묵(46)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언론은 그의 이름 앞에 '한국의 스티븐 호킹' '강단에 선 슈퍼맨' 등 수식어를 붙였다. 3월19일, 뉴욕타임스는 인간이 얼마만큼 강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 그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실었다.
그가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것은 2003년 12월. 그때 물론 사지가 멀쩡한 비장애인이었다. 사고를 당한 것은 2006년 7월2일.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서울대가 공동으로 진행한 야외 지질연구를 위해 데스밸리(Death Valley)로 향하던 중 차량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이 교수는 네 번째 척추가 완전히 손상되면서 전신이 마비됐다.
"처음엔 하늘을 원망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죠. 해양과학자의 꿈도 절망으로 바뀌었고요. 그러나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생각할 수 있고, 말할 수 있으며, 뺨을 움직이고 입김을 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하늘이 내린 행운아라는."
무게로 따지면 0.1g도 안 될 것 같은 희망에 그는 모든 것을 걸었다. 하늘이 자신을 돌려보낸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나누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아직 완성하지 못한 과학자의 꿈도 남아 있었다. 사고를 당한 지 6개월 만인 2007년 1월2일 그는 학교로 복귀했다. 그리고 올해 1학기 첫 강의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비장애인으로 산 44년의 세월과 장애인으로 지낸 2년의 삶을 '0.1그램의 희망'(랜덤하우스)이라는 책에 담아냈다. 이 책은 바다를 꿈꾸던 소년시절, 해양학자로 태평양을 누비던 순간, 사고 후 재활훈련 과정, 다시 강단에 선 소회 등을 극적으로 펼쳐보인다.
전동 휠체어에 의지한 채 생활하는 이 교수는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면서 "예전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보석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희망을 전했다. 저자의 출판 수입금 전액은 서울대 '이혜정장학금'에 기부된다. 이혜정은 사고 당시 목숨을 잃은 이 교수의 제자. 이 교수는 제자를 기리기 위해 5000만원을 출연해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