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묵 서울대 교수 "중앙해령 연구로 해저탐사 선두 나설 것"
"제가 몸이 불편하지만 제가 사랑하고 열정을 갖는 대양 연구에 보다 많은 사람이 귀를 기울이고 주목합니다. 남극대륙과 뉴질랜드 사이의 중앙해령을 탐사할 생각만 하면 신이 나고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한국극지연구소와 함께 기획하고 있는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의 표정에서는 열정과 함께 여유와 달관이 배어났다.
이 교수는 이미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면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 과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6년 7월 지질조사를 하다 차량 전복 사고를 당한 이 교수는 졸지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됐다. 그러나 그는 불굴의 의지로 재활치료를 거쳐 여섯 달 만에 다시 강단에 서는 기적을 일으켰다.
그가 연구와 강의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각종 정보통신 보조기기 덕분이다. 하지만 그를 다시 일으키고, 연구할 수 있게 만든 가장 큰 힘은 역시 과학과 연구에 대한 열정이었다.
과학자이면서 장애인인 이 교수에게 4월은 의미가 깊다. 20일이 장애인의 날인 데다 21일은 과학의 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교수는 첨단 휠체어와 정보통신 보조기기를 이용해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다. 입에 물고 부는 방식의 마우스를 통해 화면을 조작하고 인터넷에 접속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강의 준비와 연구가 바쁜 가운데서도 지난 16일 행정안전부의 요청을 수락해 정보격차해소 홍보대사직을 맡았다. 장애인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주어진다면 비장애인과 보다 원활하게 소통하고,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과학자로서 그의 새로운 도전은 `대양저 중앙해령`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중앙해령은 기초과학 연구를 하고 있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곳이다. 지구 둘레를 두 바퀴 돌 정도로 중앙해령의 크기와 길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주로 화산 및 지진 지대가 몰려 있는 이곳에서는 새로운 해저지각이 만들어진다. 약 2억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새로 만들어진 지각은 서서히 이동해 대륙 밑 맨틀 속으로 환원된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밝혀졌다.
이 교수는 "과학 분야에 큰 족적을 남긴 진화론과 대륙이동설의 접점이 바로 중앙해령 연구"라며 "엄청난 수압과 고온환경에서 생존하고 진화하는 생물과 해저의 막대한 자원탐사 및 개발을 두고 선진국들이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올해 9월 건조 예정인 한국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이용해 2010년부터 남극대륙과 뉴질랜드 사이의 중앙해령을 연구할 계획"이라며 "인터넷을 이용해 실시간 연구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마침 이 교수 연구실을 찾아 연구 프로젝트를 상의하던 이홍금 극지연구소 소장은 "교수님과 함께 한국해양연구원에 몸담았던 시절 이 교수는 1년 중 절반가량을 전 세계 화산과 지진대를 찾아 연구하던 열정적 과학자였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해양연구 및 지구환경 연구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교수는 "한국이 해양자원 탐사와 개발, 해양 기초과학 분야에서 선두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 프로젝트에 매년 500만달러 정도의 연구비가 지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표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