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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oLT 장애학생 해외연수 프로그램 인솔자로 LA를 방문한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앞줄 왼쪽부터 네 번째) 교수가 24일 다우니시 랜초 로스아미노스 재활센터 앞에서 장애 대학생 프로그램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
24일 오전 9시30분 다우니시 랜초 로스 아미노스 재활 센터 정문. 휠체어를 타고 있는 한 남성이 반갑게 웃는다. 낯익은 얼굴이다. 바로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50)교수다.
LA는 이 교수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인연을 악연으로 여길지 모른다. 이 교수가 6년 전 LA에서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되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7월 데스벨리 사막에서 학생들과 함께 지질 연구를 마치고 돌아는 길에 이 교수가 몰던 차량이 전복됐다. 이 교수는 의식불명에 빠졌고 사흘 뒤 깨어났을 땐 이미 목 아랫부분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이 교수에게 LA는 또 다른 생명을 준 곳이다. 그는 "사고 당시 30~40분 만에 응급 헬리콥터가 도착했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며 "한국에서 이 같은 사고가 났다면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날 이 교수가 방문한 랜초 로스아미노스 재활 센터는 이 교수가 사고 직후 3주간의 재활 훈련을 받고 좌절 대신 희망을 얻은 곳이다. 그래서 이 교수는 LA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한다.
한국으로 돌아간 이 교수는 이후 강단에 복귀했고 2008년부터는 지식경제부의 지원을 통해 장애 대학생 이공계 분야 롤모델을 육성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 교수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한 청중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가 어디냐고 물었는데 '다운타운 LA'라고 대답했다"라며 "LA에서는 내 자신이 장애인이란 사실을 깜박 잊을 정도"라고 말했다. LA시의 장애인을 위한 배려와 시설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런 LA를 제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그는 8명의 장애 대학생들을 직접 데리고 왔다. 이들은 서울대 QoLT(Quality of Life Technology.국민편익증진기술개발사업) 산업기술지원센터 장애학생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됐다. 이들은 지난 21일부터 8박11일 동안 UCLA 장애지원센터 캘스테이트 노스리지(CSUN) 브라운 재활센터 등을 방문하고 재활 승마 아쿠아 테라피 등 장애인들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자신이 유명해진 것엔 대단한 의지와 인간승리 등으로 포장된 측면이 있다면서 "실은 기술과 도구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입김으로 작동하는 마우스 음성인식 프로그램용 마이크 그리고 특수 제작된 태블로이드 PC 등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고 책을 읽고 채점도 한다. 이 교수는 "스마트폰의 카카오톡이 청각장애인들에게는 혁명이나 다름없다"며 "한국의 뛰어난 IT 모바일 기술이 장애인들을 위해 사용된다면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는 미국보다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