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강타한 대지진 이후 사람들의 삶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로 불어 닥친 경제적인 손실은 어떡하든 견뎌낼 수 있겠지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우리의 삶 자체를 앗아갈 수 있는 대재앙 앞에 인간이 너무나 무력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으로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의 삶이 행복한 일보다는 힘든 일, 슬픈 일, 어려운 일, 가슴 아픈 일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질병, 사고, 이혼, 파산, 가족의 죽음 등 그야말로 삶은 크고 작은 시련과 역경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지난 3월 7일부터 4일간 방영된 KBS TV특강이 강연 프로그램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 주인공은 ‘2010년 연세대 우수 강의 교수’로 선정된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주환 교수. 그가 강연을 통해 ‘불행과 역경을 딛고 우뚝 일어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이라고 말한 것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도대체 ‘회복탄력성’이란 무엇일까? 그 놀라운 비밀이 담긴 책 『회복탄력성』이 출간되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란 원래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힘을 일컫는 말이지만, 심리학에서는 주로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저자에 의하면 회복탄력성 지수가 높은 사람들은 역경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다가도 강한 회복탄력성으로 되튀어 올라 원래 있었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저자는 회복탄력성 지수가 높은 대표적인 인물로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의 이상묵 교수를 소개한다. 그는 국비 장학생으로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도유망한 해양지질학자였다. 하지만 그는 2006년 머나먼 미국 땅에서 야외지질조사중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한다. 사고 후 3일이 지나서야 의식을 회복했지만 눈만 껌뻑일 수 있을 뿐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전신마비였다.
하지만 그는 전신마비라는 시련 앞에 좌절하지 않았고 먼지를 털 듯 일어나 재기에 성공했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며, 6개월 만에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놀라운 회복탄력성을 보인 것이다. 그는 이제 얼굴로 전동휠체어를 조정하고 입술로 컴퓨터 마우스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활발히 연구를 전개하여 오히려 사고 전보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학자가 되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일밖에 모르던 내가 사고 후에 오히려 희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나는 큰 행운아입니다.”
물론 회복탄력성이 꼭 커다란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서만 필요한 힘은 아니다. 자잘한 일상사 속에서 겪는 수많은 스트레스와 인생의 고민과 인간관계에서의 갈들을 자연스럽게 이겨내기 위해서도 필요한 힘이다. 그래서 이 책은 회복탄력성을 발휘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우기 위한 지침서를 자처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회복탄력성의 여섯 가지 요소를 밝혀내고,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에는 ‘회복탄력성 지수’를 체크할 수 있는 53개 문항과 ‘나만의 대표 강점’을 알아보는 문항이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다. 먼저 테스트를 통해 개인의 회복탄력성을 체크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계획해 꾸준히 노력해보자. 회복탄력성은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이 책을 덮을 때 쯤, 한층 강해진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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